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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리 공동묘지를 역사공원으로 바꾼 김영식 작가
박지원 기자 | 승인 2024.01.08 07:41
김영식 작가

1933년 개설되어 근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 100인 이상으로 알려진 망우리공동묘지는 1973년 폐장 후 지속적인 공원화 작업을 통해 지금은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불린다. 지석영, 한용운, 오세창, 문일평, 방정환, 조봉암, 함세덕 등 주요 인물이 경기도 구리시 쪽에 많이 있는데, 특히 정치가 조봉암과 극작가 함세덕은 인천, 시인 김상용은 연천, 애국지사 남파 박찬익(비석 존재)은 파주 출신의 인물이다. 경기도의 문화인은 세계문화유산 동구릉의 조선 시대를 이어주는 근대사의 현장 망우리공원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지난주, 『망우리 사잇길에서』(파이돈)이라는 인문학 에세이를 새로 펴낸 김영식 작가를 만났다. 그는 황량했던 망우리공동묘지를 역사문화공원으로 변모시키는 데 앞장선 ‘망우리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1983년 대학 2학년 때 처음으로 망우리묘지를 찾아왔다가 깊은 인상을 받아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찾아와 글로 남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후, 학업과 군복무, 회사원으로 바쁘게 살다가 <계간 리토피아>(인천, 2001~)를 통해 2002년 수필가로 등단하고 20년 만에 망우리묘지를 찾았다. 그런데 상전벽해, 깜짝 놀랐다. 나무 하나 없던 곳이 숲이 가득한 공원으로 탈바꿈하였고, 더구나 여기저기에 새로운 유명인사의 묘가 발견되었다.

매주 토요일에는 공원의 숲길을 돌아다니며 비석을 읽었고, 일요일에는 국립중앙도서관에 가서 옛날 자료를 샅샅이 뒤졌다. 남의 글을 베끼지 않는 새로운 글을 쓰고자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포탈에서도 옛날 기사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그때는 국립중앙도서관에 가야만 했다. 그리고 망우리의 유명인사는 다방면에 걸쳐 있기에, 예를 들면 화가 이인성, 이중섭 관련 글을 쓸 때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부터 읽으며 미술사를 공부했다.

김영식 작가의 신작 '망우리 사잇길에서'

이러한 몇 년간의 노력 끝에 완성된 원고는 2008년 《신동아》에 「망우리 별곡」이라는 제목으로 매달 원고지 50매씩 연재하며 깊이와 넓이를 더했다. 한국 최초의 ‘비명(碑銘)문학’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2009년 4월 『그와 나 사이를 걷다-망우리 사잇길에서 읽는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저서는 망우리 관련 최초의 책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조사를 시작했을 때 묘지 관리사무소의 유명인사 리스트에는 17명이 있었는데 그는 도합 40여 명을 처음 소개하였고 2015년 개정 2판에 50여 명, 2018년 개정 3판에 60여 명을 세상에 알렸다. 2023년 7월에는 타이틀을 약간 바꿔 『망우역사문화공원 101인- 그와 나 사이를 걷다』를 펴내며 80여 명을 소개했는데, ‘101인’은 많은 유명인사와 더불어 감동적인 비문을 남긴 서민이 100명 이상 있다는 의미다.

인물 개인에 초점을 맞춘 열전인 위의 책이 세로줄이었다면, 의미와 가치, 일화 등으로 구성된 『망우리 사잇길에서』는 가로줄이 되어, 망우리공원의 전체 이미지를 독자의 눈앞에 또렷하게 보여준다. 김 작가는 망우리공원의 가치와 의미를 알기 쉽게 통계까지 이용하며 설명해 준다.

2012년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 ‘꼭 지키고 싶은 우리의 자연·문화유산 공모전’에 응모하여 산림청장상을 받았고(현재 동단체의 이사·망우리분과위원장), 2013년 서울연구원의 ‘서울스토리텔러대상’을 받았다. 이어서 2014년 서울시가 발주한 ‘망우리공원 인문학길 조성 용역’의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였는데 이에 근거하여 2016년 공원에 인문학길 ‘사잇길’이 조성되었다.

이때 공원에 처음으로 유명인사 묘역을 찾아가는 이정표와 안내판이 만들어졌다. ‘사잇길’의 명명도 그가 했고 묘역 안내판의 문안도 그가 작성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구리문화원 문화해설사 교육을 진행하였고 그가 이끄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망우리위원회는 구리시 관내 학교의 망우리 프로그램도 매년 수행하고 있다. 인터뷰 마지막에 꼭 써달라고 부탁한 내용은 뜻밖에도 매우 간단했지만, 지극히 당연하였다.

즉, 구리시가 시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다수 제공하고 있지만, 구리 쪽에 화장실이 없어 많은 시민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 도중에 답사를 포기하고 내려가는 시민도 몇 번 봤다고 한다. 기본 시설도 갖추지 않고 시민을 오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기자가 조사해 보니, 2012년과 2017년에 국가등록문화재로 등재된 인물 9인 중 6인(한용운, 오세창, 문일평, 방정환, 오기만, 유상규)이 구리 쪽에 있다. 구리시와 망우리공원을 함께 나눠 갖고 있는 서울시 중랑구는 전담 부서까지 만들고 매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구리시는 언제까지나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인가. 최근 수천만 원에 불과한 방정환 문학상 예산조차 부결시킨 시의회의 결정에 대해 지역의 많은 문화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기자에게 전해왔다.

 

박지원 기자  8o9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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